전라도 사투리

보중과 잭인

마늘밭고랑 2024. 3. 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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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법이 적용되는 큰 하천에 만든 현대적인 콘크리트 보( 湺) .보는 유속을 느리게 하여 하천 바닥이 패이는 것을 막고, 양쪽 끝에  콘크리트 관을 놓아  제방 밑으로 통과하여 제방 밖으로 물을 흐르게 하면 농업용수가 됩니다.

 
보( 湺)는 사투리가 아닙니다.
 
보는 저수지를 통한 수리체계가 생기기 전에 전통적인 벼농사용 수리시설이었습니다.
하천이나 시냇물의 중간을 가로질러 둑을 쌓아서 물을 채웁니다.
둑을 쌓아 원래의 수위보다 수위가 더 높아지면 천변의  옆으로 일부의  물길을 돌립니다.
이렇게 돌린 물길을 따라 아래로 인공 수로를 만들어 벼농사에 이용합니다.
 
또는 조선시대 양택풍수인 배산임수형 동네 앞으로 인공 수로를 만들어 동네 앞으로 흐르게 합니다.
동네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면 오염원이 없던 시절에는 식수로도 쓰고 빨래터도 만들어 빨래도 합니다.
 
우리동네에도 작지만 조선시대에 작은 시냇물을 막아 만든 이런 보와 수로가 있었습니다.
 40(8000평) 마지기 정도의 논도 이렇게 만든 수로를 이용 벼농사도 지었습니다.
이 수로의 물로 벼농사를 짓는 농가를 사투리로 잭인(작인 作人)이라 했습니다.
작인은 경작인입니다.
 

 
 흙을 파서 만든 옛수로를 최근 정부 지원사업으로 일부 구간을 콘크리트화 하였습니다.
이제는 수로를 청소하기 위하여 낫과 삽을 들고 운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보의 시작점을 우리동네는 지름장이라 불렀습니다.
지름장의 어원은 모르겠습니다.
 
이 보에 연결된 수로에 만든  빨래터에서 동네 60여호가 빨래를 하였습니다.
빨래터는 수로 옆에 평평한 돌을 놓아 빨래감을 놓고 비누칠을 하여 나무 방망이로 때립니다.
비누 거품이 충분히 때를 빼내면 물로 헹구었습니다.

예전 보의 흔적

 
첫 사진의 보가 있는 주변에 전통방식의  보가 있었습니다.
바로 위 사진의 왼쪽 콘크리트 수로는 저수지에서 물을 공급하는 농수로입니다.
농사철이 아니니 저수지 물을 잠가서 왼쪽의 농수로는 물이 없습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 수로는 물이 많습니다.
예전 보의 흔적입니다.
저수지 수문을 잠궈도 경지정리 때 사라진 보의 흔적으로  년중 물이 흐릅니다
보가 있었을 때 보에 연결된 수로의 이름은 사투리로 [역가똘]입니다.
 
역가란 역가(役價)라고 추정합니다.
수로를 이용하는 댓가라고 생각합니다.
똘은 도랑의 사투리입니다.
보가 설치된 유래는 확실히 모르지만 아마 조선시대부터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 수로를 이용하는 농가(잭인)들이 모여서 단체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이 단체를 대법원은 보중(湺中)이라고 합니다.
 
왜 단체가 되었을까 궁금중이 생깁니다.
저수지가 없던 시절 보를 만들어 한정된 수량의 물을 벼농사에 이용하는 농가들(보중원)이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기존에 없던 누군가가 새로 황무지를 개간해 기존의 수로 물을 이용해 벼농사를 하려고 한다면
보를 만들 때 운력을 안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깁니다.
무임승차에다 물 부족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잭인들이 단결하여 새로운 사람의 진입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게 단결하다 보니 보중이라는 단체가 됩니다.
아부지 말씀에 잭인들(보중원)의 권한이 막강했다고 합니다.
저수지도 없던 시절 벼농사에 물 문제는 생사가 걸린 중대 사안입니다.
 
그런데 현재 다음과 네이버 ,구글에서 보중(湺中)이라는 단어는 검색이 안됩니다 .
불과 두세대 만에 보중은 잊혀진 말이 되었습니다.
보중은 단체였고 단체는 재산을 가질 수도 있어서 현재도 어딘가에서 법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보중은 대법원 판례가 두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판례 시디에서 본 아주 오래된 판례는 검색이 안됩니다.
아래 판례는 검색이 됩니다.
 
대법원은 아래의 판례에서 보중은 권리능력없는 사단이라고 합니다.
권리능력 없는 사단(비법인사단)이므로 대표자가 있습니다.
권리능력없는 사단이라도 일정한 경우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 재판을 받을 능력이 있습니다.
즉 보중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민사재판에서 원고나 피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있습니다.
 
보에서 취수한 물을 수로로 보내 그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이 몽리면적입니다.
그 몽리면적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몽리민입니다.
 
권리능력 없는 사단에 관한 내용이나 명의신탁, 토지조사와 사정 등은 앞으로 차차 다룹니다.
이글은 사투리가 생각나서 쓴 글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15288 판결]
【판시사항】

[1] 보중(湺中)이 당사자능력을 갖는 경우
[2] 보중원 자격 없는 자가 표결에 참가한 보중총회에서 한 대표자 선임결의의 효력
[3] 보중이 부동산을 보중원에게 명의신탁하여 사정받은 후 그 신탁계약을 해지하였으나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 여부
[4] 보중이 임야를 사정명의자인 국가로부터 매수한 후 미등기 상태에서 구 임야대장에 보중원 명의로 신탁 등재한 경우, 그 임야에 대한 소유권 취득 여부
【판결요지】

[1] 보중(湺中)이 그 몽리민을 구성원으로 하여 고유 목적을 가지고 매년 정기적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그 보중을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할 대표자를 선출하여 보중을 운영하는 한편, 특정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이 있다.
[2] 보중원이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중총회의 대표자 선임결의에 참석하여 표결에 참가하였더라도, 보중총회에 참가한 보중원 아닌 자의 수나 그 행위의 내용이 결의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보중총회나 대표자 선임결의를 당연히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며, 보중원 아닌 자의 표결을 제외하더라도 그 결의가 성립함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하는 때에는 그 결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3] 일제시의 임야조사령이나 토지조사령에 의하여 사정을 받은 사람은 소유권을 원시적·창설적으로 취득하므로 보중이 그 소유였던 부동산을 보중원에게 명의를 신탁하여 사정받았더라도 그 사정명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고, 명의신탁자인 보중은 명의신탁 계약에 의한 신탁자의 지위에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므로, 보중이 명의신탁 계약을 해지하였더라도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이상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4] 보중이 임야를 원래의 사정명의자인 국가로부터 매수하여 이를 미등기인 채로 그대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는, 구 임야대장 소유자 명의를 보중원 앞으로 신탁 등재하여 두었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으로는 보중이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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