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에 내가 쓴 글

[스크랩] 길없는 야산에서 조심하기(독사 사진 있음)

마늘밭고랑 2013. 3. 2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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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변의 이름없는 야산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예전의 길들이 거의 없어지고


이처럼 숲이 무성합니다. 이런 길이 없는 숲을 갈 때 조심할 일이 있습니다.

 

 독사새끼


 

 

길이 거의 없어진 흔적만 남은 길가에서 이런 독사 새끼를 보았죠. 대가리 모양으로 보아 까치독사가 아니고 살모사 새끼로 보입니다.살모사 지독한 우리나라의 독사 중에 독사입니다. 까치독사는 사람을 봐도 건들지 않으면 가만히 있습니다.반면에 살모사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에게 덤비니  보는 즉시 사람이 도망가야 합니다.

 

앞에 희미한 푸른 잎은 취나물입니다.독사를 못 보고 취나물에 손을 대었다면 결과는 119 블러야 합니다. 독사에 관해 잘 알아 아무런 일도 없이 사진을 찍고 뱀은 제 갈길을 가고 저도 갔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날 수 있어 여름이면 군화를 신고 산에 갑니다.요즘에 히말라야 등정중에 입을 옷이라는 도시 주변 등산용 유명상표 쫄쫄이 등산바지를 입고 가다가 독사를 밟기라도 하면 대책이 없을 것 같죠..그래서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었죠.

 

 보통 군화를 신고 가는데 이날은 가벼운 안전화를 신었습니다.바지 단을 안전화 목부분에 묶거나 안으로 집어 넣어야 하는데 방심했습니다.

 

 

또 한참을 가니 뱀을 잡았던 그물의 흔적이 보입니다. 뱀이 봄부터 여름까지는 산에서 계곡이나 평지로 내려오는 습성을 알고 길목에 이렇게 그물을 쳐서 뱀을 잡았던 시절이 있습니다.국가에서 뱀을 잡으라고 허가를 내줄리 없으니 모두 불법입니다.

 

* 오해금지: 저는 뱀을 잡지도 않고 먹지도 않아요. 청소년기에는 잡아서 만지고 했죠.

 

사진의 가운데에 검은 색 콩알처럼 보이는 것은 노루똥입니다. 산에 가서 조난당해 식량이 떨어진 경우에 이런 노루똥을 보고 눈이 뒤집혀 웬 콩알이냐 하고 마구 집어 먹어도 죽지야 않겠지만 허기를 달래지는 못할 것입니다.ㅎㅎ

 

                                                 말벌집

 

 

또 한참을 가다 보니 갑자기 말벌 한마리가 웅웅거립니다.말벌은 건물이나 땅속에 집을 짓기에 평소라면 만날 일이 아닌데  일단 뒤로 물러나 보니 이렇게 나무에 지은 집입니다. 이제 갓 집을 짓기 시작해서인지 한마리만 있어 쏘이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말벌이 번성한 8월경에 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숲속에서 이런 말벌집을 건드리면 황천길로 갈 수도 있겠죠. 함부로 야산에서 길 아닌 데로 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취나물

 

 

산에 갔는데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습니다.이렇게 두줌의 취나물을 뜯어 왔습니다. 여기서 산에서 취나물 뜯어 오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것으로 봐요.

 

민법에 "특수지역권"이라는 재미난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지역권자는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자기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가 있다.

어느 지역의 주민이 집합체의 관계로 각자가 타인의 토지에서 초목, 야생물 및 토사의 채취, 방목 기타의 수익을 하는 권리가 있는 경우에는 관습에 의하는 외에 본장의 규정을 준용한다.

 

초목 ,야생물의 개념에 산나물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싶습니다.제가 올라간 동네 야산은 원래 국유지였는데 조상대대로 동네 사람들이 이 산에서 봄이면 고사리 취나물 원추리 등 산나물을 뜯어 오고, 여름이면 소를 방목하고 ,가을부터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땔감을 해 오고 도라지와 더덕 ,잔대,  칡과 함께 창출 등  약초를 캐었죠.


이런 관습이 있다는 것을 해방 후 민법을 제정할 때 민법 기초하신 분들이 알고 민법에 이런 지역권의 일종으로 규정하여 산 주변 주민들의 권리로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주민이 일방적으로 국유지 등 타인의 토지를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서만 사용했을까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불과 몆십년 전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자기의 땅이 아닌데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국가에서 산에 나무를 심으라 하면 자기 삽 들고 산에 가서 무료 봉사로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를 행정법에서는 부역이라 일컷는 부담으로 합법적으로 주민들에게 지운 것입니다. 심기만 한 것이 아니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비료를 조림한 나무를 찾아 일일이 손으로 주었습니다.


도시에서 눈이 와도 자기 집 앞의 눈도 잘 치우지 않죠. 예전에  일당도 주지 않으면서 남의 산에 나무를 심으라고 국가에서 농민들에게 명령한 것을 보면 요즘 시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때는 당연히 해야 하는 운력으로 알고 따랐습니다.

 

도로변의 울창한 단일 수종으로 된 계획조림의 경우 이런 운력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농민의 무료봉사의 결과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박정희가 독재자였지만 이런 산림녹화의 공로는 인정해야죠. ** 그렇다고 해도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으니 오해금지.

 

맨 위의 사진에 보이는 오리나무도 우리 동네 사람들이 국가의 조림사업 정책에 따라 운력으로 심었죠. 당시에 심은 나무들이 편백나무나 일본소나무의 경우 지금 아름드리 통나무가 되어  둥근 기둥의 재목으로 쓸 만큼 자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에 불이 나면 주민들이 내  땅이 아니라도 올라 가서 불을 꺼야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려 드린다면 제가 올라 가서 취나물 한 줌 뜯어 온 것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이해가 되시죠.


*요즘에 문제가 되는 ,원거리에서 몰려 온 사람들이 산의 식목이나 관리에 전혀 기여를 한 바도 없으면서 산나물으 싹쓸이 해 가는 것으로 말썽인데 그런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죠.저도 식목에 참여했습니다.

출처 : 수다
글쓴이 : 지와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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