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산불과 묘

마늘밭고랑 2017. 4.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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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는 30년이라고 한다.

나는 거의 두 세대를 살아왔다.

두 세대 즉 60년이면 강산이 여러번 바뀐 것이다.


어린 시절 즉 두 세대 전에 관념과 지금의 관념 중 달라진 것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다.

어릴 때는 사람이 죽어 묘를 만들어 땅 속에 묻으면 그 사람의 혼은 그 묘에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것이다 .

조선시대 조상의 산소 문제로 살인사건까지 일어날 정도였다고 하는데  산소에 조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은 아닐까?


어린 시절 그때도  봄에 가끔 산불이 낫었다.

운 나쁘게 산불이 나서 그곳에 있는 묘가 불에 타면 사람들은 죽어 매장된 사람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묘주인인 후손은 볏짚을 작두로 10cm 정도 크기로 썰어 묘의 잔디가 타버린 곳에 뿌려 덮었다.

잔디가 없어진 묘로 조상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하여 볏짚을 덮은 것은  아니었을까 ?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사람이 죽으면 혼이 묘에 있지 않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매장이 점차 줄고 화장이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죽어도 묘가 없는 사람도 있고 보니 이제는 사람은 죽으면 하늘나라로 올라간다고 믿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게 된다.

이런 생각의 바뀜은 기독교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본다.


두 세대 전 절대 다수가 조상 숭배를 절대시하는 유교이다 보니 조상의 묘를 극진히 보살피고 제사를 철저하게 지내던 시절이라

제사날 조상님이 묘에서 나와 집으로 오신다고 문도 열어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사도  몰아서 여러 조상을 한 날에 지내고 화장이 대세가 되어가니 조상이 산소의 묘에 있다고 믿는 것보다

죽으면 하늘나라로 올라간다고 믿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이제는 산불이 나서 묘역이 타더라도 볏짚을 썰어 묘를 덮는 일은 안 할 것이다.

조상은 하늘에 올라가 있을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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