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대차란 돈이나 물건을 빌리고 나중에 갚는 계약이다.
이자가 있으면 이자부 소비대차이고 이자가 없으면 무이자 소비대차이다.
보통은 이자가 있으니 소비대차는 이자를 예상할 수 있다.
60~70년대 농촌에는 금융기관으로 우체국과 농협 밖에 없었다.
은행은 없으니 은행에 계좌 만들고 저축을 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일도 없었다.
농협에서 대출을 하기도 하나 농사자금이라고 하여 국가가 농협을 통하여 저리로 1년짜리 융자를 해주는 것이라 소비대차라고 부르기도 뭐하다.
이렇게 농가에는 계좌도 없고 대출도 없던 시절 무엇으로 저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았을까 ?
농가 서로 나락을 빌려주는 것으로 "나락셋(샛)거리"라는 문화가 있었다.
샛은 세(稅)에서 유래한 말인지 새 즉 새경(私耕-머슴을 1년 고용하고 고용 끝나는 날 주는 1년치 품삯)에서 유래한 말인지 모르겠다.
발음상 샛거리가 맞는 것 같다.
샛거리는 나락을 1년간 빌려주고(저축) 이자를 포함해 1년 후 갚는(대출) 계약이다.
보통은 나락을 인도하면서 빌려간 사람이 빌려 준 사람에게 언제부터 언제까지 빌려 주고 이자를 포함해 언제 갚는다는 보관증을 준다.
입회인이라고 하여 보증인은 아니지만 샛거리를 증인처럼 본 사람이 보관증에 이름이 들어갈 수 있다.
이자가 상당히 고율이다.
1석(나락 120kg)을 빌려 주고 이자를 포함시켜 받는데 정확한 내용은 혼동하고 있다.
정확히 알아 다시 보충한다.
이 샛거리 덕에 농가는 재산증식에 도움이 되고 빌려간 사람은 담보가 없어도 신용만으로 빌리게 되어 편리한 것이다.
아버지도 샛거리를 40석인가 얼마인가 이웃동네 부자에게 빌린 일이 있었다.
당시 그 부자님은 평소 아버지 언행만 보시고도 또 누구 동생이라고 하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무런 보증도 없이
그 많은 나락 (당시 중소규모 농가의 1년 소득)을 빌려주신 것이다.
나도 그 분 댁을 알고 있어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고 싶은데 오래 전에 이미 고인이시다.
이외에도 아버지는 나락 "샛거리를 내기"(빌리는 것)도 하고 "샛거리를 놓기"(빌려줌)도 하셨다.
이자와 관련하여 나락샛거리처럼 금전이 아닌 물건이 이자가 되는 경우 이식(利殖)이라고 한다.
민법이 시행되면서 고이율 즉 고리(高利)의 경우 이자제한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샛거리처럼 물건의 소비대차의 경우 이식이 고리라도 이자제한법은 적용이 없다고 하여
법 밖에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이자 문제로 분쟁이 생기는 것은 못 봤다.
빌리는 사람은 1년 후 갚은 능력의 범위에서 빌리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 어렵다.
지금의 은행대출처럼 몆십년 갚아도 갚지 못할 거액이 아닌 소액 대출이라 그렇다.
이제 이런 아련한 기억들은 추억 속에만 있다.
이런 사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잊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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