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도깨비 이야기

마늘밭고랑 2013. 3. 2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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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농촌에 전기가 들어 오기 전에는 도깨비 이야기가 많았다.

도깨비와 씨름을 한다거나 ,도깨비에게 홀려가서 어디 가시덩쿨이나 바위 틈에 들어가 있다가 발견된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동네 이웃집 형이 뒷산에서 도깨비와 씨름을 했는데 다음날 가보니 헌 빗자루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누구네 아버지가 집옆의 개천에서 목욕을 하는데 예쁜 아가씨가 소복을 입고 지나가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동네 들판인 "장구장테"에 "독따므락"이라 부르던 석총 같은 거대한 돌무더기가 여럿 있었다.

이 돌무더기는 들판을 개간해 농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돌들을 쌓아놓은 것으로 큰 것은 높이가 3미터에 길이는 4미터 쯤 되었다.


예전에는 전염병에 대한 예방이 거의 없거나 영양실조로 유아사망율이 높아 아기들이 죽으면 바로 이 독따므락에 묻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비가 오려고 하면 장구장테의 독따므락에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어린 시절 해가 질 무렵이나  비가 오려고 하면 독따므락 근처에 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 달 없는 밤에는 도깨비불이 많았다.

도깨비불은  내가 직접 보던 것이어서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던 사실이다.


도깨비불은 주로 하천에서 많이 보였다.

달 없는 여름밤에 1km 정도 떨어진 하천에서는 일렬로 늘어선 도깨비블이 갑자기 나타나 하나로 합쳐지거나,   그 자리에서 활활 불타듯 반짝거리다가 사라져갔다.


당시에는 농촌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이라 전기불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람들 손에 들린 렌턴불빛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렌턴불빛은 도깨비불빛과 확연히 다르다.


도깨비불의 원인에 대해 물 속에 있던 인 성분이 솟아오르며 빛이 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칠흑같은 밤이라도 하천에서 인불이 올라오는 현상은 없다.

지금도 어린 시절 보던 도깨비불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도깨비하면 빠질 수 없는 것으로 도깨비방아이다.

나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집 앞에 집을 철거한 공터가 있었다.

이 공터에서 밤마다 도깨비가 방아를 찧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밤중에 도깨비가 방아를 찧는 소리가 나면 아버지는 살며시 봉창문을 열고 바라보면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봉창문을 닫고 다시 자리에 누우면 도깨비가 방아를 다시 찧기 시작했다고 한다.

난 너무 어린 시절이라 도깨비 방아에 대한 기억은 없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도깨비 방아찧는 것은 있었던 현상 같다.


그런데 왜 지금은 도깨비도 볼 수 없고 도깨비 방아소리도 들리지 않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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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깨비 : 도깨비의 우리마을 말


장구장테 : 아마도 풍수지리로 볼 때 들판의 형상이 장구의 테두리 같은 모양이나 장구통 같은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동네의 토박이로 최고령인 분에게 물어도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없다.


독따므락 : 사투리이다.

                "독"은 돌이고 "따므락"은 "더미 "에서 나온 말 같다.

                  더미 --> 더물 -->따물--> 따므라--> 따무락. 여기서 "락" 뜨락 같은 말의 어미와 같은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