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우리동네 지명이야기 -엿가똘

마늘밭고랑 2013. 3. 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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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는 역사가 꽤 오래 되었다.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이라 주변의 1km 내의 4 마을이 우리 동네 이름으로 지번을 썼다.

그런 만큼 동네 주변의 지형에 대한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형 이름들이 노인세대가 사라지면 다 잊혀질 것이 분명하다.

틈 나는데도 아버지와 어른들께 물어보아 몆가지는 유래를 알아내었지만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다행히 인터넷에 올려두면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한 후세에 전할 것이다.


 오늘은 첫번째로 잠시 짬을 내어 한가지를 올려 본다.

 다행히 어제까지 마늘밭을 다 맺다 .

               

엿가똘    : 지금은 경지정리로 사라진 지형이다.

                예전에 저수지가 생기기 전에는 하천의 물을 막아 보를 만들었다.

                그 보를 하천의 옆으로 따로 흐르게 하여 논에서 농업용수로 사용였다.

                그 농업용수가 흐르던 수로를 엿가똘이라고 불렀다.

                 수로 폭은 2m 정도에 물이 흐를 때 물 깊이는 무릎 위로 차 올랐던 같다.

                이 수로의 물을 대던 농지가 약  4 ~5 만평 정도 되었을 것 같고 수로 중간에 물방아간이 있었다.


               <엿가> 란 역가 즉 役價로서 수로를 만들 때 들어간 노역에 대한 삯이며 수로 관리를 위해

               매년 일정량의 곡물를 갹출하였다.

               이 곡물이 역가이다.역가가 엿가로 발음이 변형된 것이다.

               그 수로의 물을 대면 역가를 내어야 한다는 뜻에서 엿가똘이 된 것이다.

               <똘>은 도랑의 사투리로 실개천 정도의 유량을 가진 도랑이다.


               이것은 엿가똘 수로를 중심으로 물을 대는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구성해 물삯을 내어 수로를 관리하는 것으로

               엿가똘의 물을 대는 사람들의 모임은  민법상 권리능력없는사단이다.

              대법원 판결문에서 발견되는 <보 湺>나 <보중 湺中>이 이에 해당한다.

               ** 이 엿가똘의 물을 대는 사람들을 "잭인"이라고 불렀다.

                잭인은 작인(作人)의 변형으로 경작인이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수로를 만들고 관리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으나

               전봉준이 등장하는 고부민란에서 < 만석보>처럼 관청에서 만든 것도 있다.


                지금 동네의  젊은 세대는 엿가똘의 존재도 모르고 이름 자체도 모를 것이다.

                40대 후반이상만 알고 있을 지명이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에 경지정리를 하면서 이 유서깊은 수로를 매몰하고 평탄작업을 하여 농지로 만들고

                새로운 수로를 내었다.


                 바닥이 자갈로 되어  그 수로의 바닥까지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맑고 시원한 엿가똘의 물에서 여름에 멱감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누군가 훗날 엿가똘의 지명을 검색할 사람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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