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image

내리 사랑

마늘밭고랑 2009. 1. 16. 14:34
728x90

  내리 사랑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내리 사랑에 관한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그 글을 읽고 생각났지만 댓글을 달기에는 길어서 여기에 적어본다. 

 

                                                       새끼에게  내리사랑을 베풀던 우리집 소

                                                       소똥에서 뒹굴지 않고 볏짚위에서 웰빙.

목에 달린 워낭 (핑갱) *80년대  필름사진에서 디카로 촬영


집에서 20년이상 소를 한마리나 두마리를 키웠다. 처음 소는  기억하기로 황소였다. 성질이 사나워서 오래 키우지 못하고 팔았다. 가격이 논 한마지(200평)정도 였다. 지금도 황소의 시세는 논값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고향의 경매로 나온 논값이 그렇다는 것을 보았다.
 
그 후로도 계속 암소를 키웠다. 소는 임신기간이 10개월 정도 된다. 출산후 2 ~3,4개월째면 다시 발정기가 오고 수유중에 임신이 된다. 그래서 발정기를 놓치지 않은 정상적인 경우이면 전년도보다 조금 늦게 1년에 한마리씩 송아지를 낳았다. 늘 숫송아지를 낳았는데 한번은 암송아지를 낳았다. 암송아지는 가격이 싸서 어미소와 송아지를 같이 키우기로 하였다.
 
어미소는 주인집 식구를 모두 알아본다. 사람을 알아보니 자기가 낳은 송아지 역시 잘 알아본다. 동물들에게는 생존 본능만 있고 인간의 기준으로 사랑같은 것은 없을 줄로 알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동물을 찍은 다큐멘타리에서 가끔 나온다. 소 역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우리집 소에서 보았다.
 
우리집 소는 여름이면 마굿간에 매어 두지 않고 마당에 말뚝을 박아 내어 놓았다. 어느 정도 자유롭게 고삐를 길게 하여 매어 두었다. 그렇다 보니 두마리가 서로 교차할 정도의 거리였다. 그래서 가끔은 원숭이가 털 고르듯이 서로 핥아 주기도 하였다.
모녀지간이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소가 두마리이므로 서로 반대 방향에 구유가  두개였다. 쌀겨나 풀을 줄 때 동시에 주었다.
그 때마다 새끼소가 보여주는 행동이 특이했다. 자기 구유에 자기 몫이 있는데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재빨리 어미의 구유로 갔다. 어미의 구유에 머리를 들이 밀고 어미의 사료를 먹었다. 이럴 때  어미는 먹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새끼소가 먹도록 그대로 두었다.
 
만약에 남의 집 송아지라면 옆구리를 들이 받는다. 또한 남의 집 어미소라면 그 자리에서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이미 젖을 떼고 발정기를 넘은 자기 새끼에게 자기의 먹이를 양보하고 새끼가 먹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새끼소가 가끔 등이나 옆구리를 혀로 싹싹 핥아 시원하게 해주는 것 말고는  새끼소가 어미소를 위하여 하는 일은 없었다. 소에게도 내리사랑인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이 말이 정말 맞다는 것을 본다.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렇고 나 역시 그렇다.

'사진 im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밭  (0) 2009.01.16
황새냉이  (0) 2009.01.16
아직도 국민은 계몽의 대상인가  (0) 2009.01.16
이 세상에 없는 개  (0) 2009.01.16
녹차밭을 가꾸어 차를 음용하고 싶은 분에게  (0) 2009.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