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우리밀이 우리동네에서 사라진 것에 대한 기억

마늘밭고랑 2014. 3. 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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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에피소드입니다.


예전의 우리밀은 보리와 동시에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거쳐서 성장하므로 병충해가 없습니다.


(요즘에는 2월에  봄밀을 파종하기도 합니다.봄밀은 키가 가을 파종 밀에 비해 키가 작습니다)


간혹 봄에 진딧물이 발생하는 일이 있지만 특별히 병충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작물이었습니다.


요즘은 깜부기병도 걸리는가 싶기도 합니다만 .


이런 이유로 밀은 농약을 안해도 되는 건강식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풀이 나지 못하도록 하는 제초제가 없기도 했지만, 제초제도 안해도 될 작물이었죠.


밀밭이나 보리밭에 독새풀이 많이 나지만 봄에 삽으로 고랑의 흙을 퍼서 뿌려주는 것으로 풀 매기를 대신하였습니다.


흙 아래 독새풀은 자라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경작한 밀을 6월 초 쯤에 수확하면 장마가 오기 전에 탈곡을 해야 합니다.


이때가 가장 바쁜 때라 초등학교 고사리 손도 일손이라 농번기라 하여 2일정도 인가 휴교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탈곡한 밀은 일반 정미소에서 빻았습니다.


보리는 정부 수매가 있었지만 제 기억에 밀은 수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집에서도 70년대 중반까지 아버지가 직접 밀농사를 지어 동네 정미소에서 빻은 밀가루를 먹었습니다.


제가 워낙에 밀가루를 좋아해 특별히 늦게까지 우리집은 밀을 식용으로 재배했습니다.


이렇게 도정한 밀은 밀기울(겉껍질)만 제거된 것이라서인지 요즘의 밀가루와 색깔이 다르게  노르스름한 색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완전 친환경인 우리밀이 우리동네에서 사라진 것은 정미소에서 밀도정기를 철거한 이후였지요.


밀을 재배해도 빻을 수 없어 더 이상 심지 않겠되었습니다.


이렇게 밀도정기를 철거하게된 것은 미국산 밀가루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이전부터 정부에서 발주한 저수지 공사(독재자라 비판받지만 농촌을 위해 박통의 잘한 치적의 하나임)에서  


노임을 미국산 밀가루로 주기도 했습니다. 


미국산 밀가루는 완전히 백색입니다.


이 밀가루가 값이 싸니 동네사람들은 더 이상 밀을 재배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미소에서도 밀 도정을 우리집 한집을 위해 시설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되었을 것입니다.


이후 우리집도 밀경작을 포기하고 장에서 사온 미국산 밀가루를 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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