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읽기

기우제

마늘밭고랑 2025. 1. 16. 11:00
728x90


논어 季氏旅於泰山 고사를 보고 생각나는 행사가 있다.
공자님 생존시절 천자만이 명산 대천에 제사를 지냈다 한다.

미신일까?

세상만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 사상이 지배하던 때라서?

요즘 말로  나비효과 이론이 있다.

나 어린 시절 67년도였던가.
65년 66년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그때 남해안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모내기는 끝나고 벼가 한창 자랄 때까지 비가 안 내렸다.

논바닥이  쩍쩍 금이 가고 벼가 다 말라 죽어갔다.비가 안 온다.그때 사람들은 우리 면의 세곳(두륜산 병풍산 해창앞산) 산봉우리에 밤중에 기우제를 지냈다.
아니면 두륜산에만 지낸 것도 같다.이 세 산은 기우제 지내던 산이라고 아부지께 들었다.

두륜산 산꼭대기에서 밤중에 불을 피웠다.내 눈으로 두륜산  대흥사 대웅전 뒷산의 봉우리에서 타오르는 기우제 불빛을  봤다.

일제강점기를 살아오신 아버지 말씀에 1942년 남해안  임오년 대기근이 있었다 한다.검색하니 임오년 대기근 내용은 중국 호남성1942년 300만명 아사한  글만 검색된다.

일제 강점기 남해안 대기근이 있었다는데 기록이 검색 안 된다.

그때 태평양 전쟁을 위한 총독부의 쌀 공출이 있었다.조선쌀의 일본 수출로 식량이 부족해지던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오년 대기근이 오자 초근목피로 연명할 때이다.

초근이 뭔가?

나도 어린 시절 그 초근을 먹어봤다.
라떼는 쓰면 진짜 아재인데 이번에는 꼭 써야 한다.

초근은 "띠풀"의 뿌리이다.
띠풀은 우비가 없을 때 우비 대용인 "우장"을 만들던 풀이다.

띠풀은 질겨서 비를 맞아도 몆년 간다.볏짚은 비 맞으면 1년 후 삭는다.

띠풀의 중요한 용도는  태양건조로 만드는 김의 받침인 김발의 재료 식물이다.

지금의 김은 햇볕 건조가 아니라 기계 열풍 건조로 한다.
태양건조 김은 마당에 널어 햇볕에  한장 한장 말리니  손이 많이 가고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훨씬 풍미가 좋았다.

어쨌든 이렇게 띠풀의 뿌리는 대기근에 인간 생명줄을 이어주었다.

띠풀 뿌리가 뭐길래 이랬던가.

띠풀 뿌리는 직경 3~4m 두께로 2~3cm길이의 마디가 있고 마디 사이 사이에는 단물이 들어있어 있다. 씹어서 단물만 먹고 뱉었다.단옥수수대 비슷한 단물이다.

목피란 무엇인가?

소나무 겉껍질을 벗기면 부드러운 속살이  있다.이 속살을 벗겨서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요즘도 산에서 도 닦는 분들 중에 벌목지에서 소나무 가지는 버려지니 껍질을 벗겨 말린 후 방아간에서 가루를 내어 콩가루와 함께 쌀 대신 생식을 하기도 한다.
이를 "벽곡"이라 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산에 나무하러 가서 소나무 목피를 먹은 적이 있다.맛은 삼삼하고 솔향이 좋다.

대기근에는 칡과 쑥도 먹었다.
요즘 칡은 즙만 먹는다.

예전에는 칡을 잘게 잘라 씹어 녹말만 먹고 섬유는 뱉었다.

한국인은 칡처럼 단단한 것을 먹어 하관과 광대뼈가 발달해 네모 얼굴이 많았다.지금은 그런 것 안 먹으니 얼굴이 모두 계란형이 되고 있다.

칡을 직접 먹기도 하지만 가루를 내어 먹었다.칡을 말려 절구에 넣고 찧어서 체로 치면 녹말이 나온다.칡녹말을 쌀보리와 섞어 밥을 한다.

칡밥이다.

쑥을 뜯어다 말려 쌀보리와 섞어 밥을 한다.

이렇게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이라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굶는 이웃이 미안해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못하고 해가 지면 불을 때서 밥을 했다 한다.

대기근으로 이런 극한 상황이 오면  기우제를 지냈다  한다.

이렇게 우리 면은 위의 세 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한다.

나 어릴 때도 기우제 얼마 후 정말 비가 내렸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

인디언 기우제는 비가 내릴 때까지 지냈다고 한다.

우리 고향 기우제는 한번만.

그럼 기우제는 과학적으로 설명 이 될까?

나비효과가 생각난다.

대기중에는 얼마간의 수증기가 있다.이 수증기는 비를 만드는 씨앗이 생기면 수증기가 응결되어 빗방울이 되어 비가 내린다.

기우제를 지내던 세 산은 주변 지형에 비하여 우뚝 솟아 있다.

세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두륜산 700미터급이다.
기우제를 지내던 곳은 600미터급이다.

병풍산은 산꼭대기 전체가 울산바위처럼 긴 병풍이  세워져 수직 절벽으로 된 산이다.

해창 앞산은 산밑이 바로 바다갯벌로 송곳처럼  솟은 산이다.

비가 오려면 동남풍이 불어  서해안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줘야 한다.

세 산꼭대기에서  불을 피우면 상승기류가 생기고  대기중으로 올라간 공기량만큼 서해안 습기 머금은 바람이 산쪽으로 불어온다.

우리면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을 보면 세 산 중 바람이 비구름을 몰아 두륜산을 넘어 삼산면 들판으로  내려 올 때  수증기가 응결되 비가 내린다.

기우제는 야간에 산꼭대기에서 불을 피워 상승기류를 만들면 서해안의  바다 위의 습기  머금은 공기를 산의 사면으로 올려 보내 공기가 산을 넘으면서 응결되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닌지 ?

산꼭대기에서 불을 피우니  비가 온다?

이건  나비효과가 아닐까?

역사를 거슬러 공자님 시절로 돌아 간다 해도 나비효과는 적용된다.

명산대천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이해된다.그 제사가 꼭 불을 활활 타게 피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쓸데없는 뇌피설이지만  이런 사설을 논어이야기에 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