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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모드

마늘밭고랑 2024. 2. 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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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립니다.
조용히 사니 전화 잘 안 옵니다.
갑자기 폰 띠링 벨소리.
동네 80대 아짐

아짐은 해남은 친척에게만 붙입니다.아버지나 어머니 친척으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분입니다.아짐은 친척 아닌 남에게는 안 붙입니다.남들은 기혼 부인이면  ㅇㅇ땍(댁)이라 합니다.나주가 친정이면 나주땍이라 합니다.전원일기에 나오는 것처럼 일용엄마  이렇게 부르면 실례입니다.좀 이상하죠.
조선 신분제  영향입니다.우리동네는 밀양박씨가 수백년 토박이입니다.박씨 중심으로 해남윤씨 나라정씨 등을 주축으로 된 마을이었습니다.그러니 동네에 한문서당도 625 직후까지 있었습니다.공자왈 정도는 읽고 쓸 수 있는 동네라 남의 집 부인은 ㅇ ㅇ댁(택호)이라 불러야 했습니다.이 정도 안되면 일용엄마 같은 호칭이었습니다.실제로 옆마을은 일용엄마식의 호칭이었다고 합니다.

아짐이면  그아짐의 남편은 당연 아재입니다.동네에서 누가 누구를 아재라 부르면 분명 촌수로 따져
10촌 이상이라도 되는 친척입니다.

ㅇㅇ댁이면 그 남편은 ㅇㅇ양반입니다 ㅎㅎ 저 어릴 때 동네 고령인 토박이 할아버지들께서는 장날이면 긴 수염에 의관으로는  갓에 도포 입고 출타하셨습니다.양반이라 부를 만 하죠.

그래서 저 어릴 때 외지인이 이사를 오면 그집 남편은  성씨만 부르기도 했습니다.박가 김가  이런  식으로요 ㅎㅎ 그러면 그집에서 존칭이 아니니   ㅇㅇ양반의 택호를 불러달라 요청하기도요.

그러다 외지인도 완전히 원주민화 되면서부터는 양반 칭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오늘 아침에 전화하신 분은 아마도 10촌은 되신 아짐이십니다.

갑자기 핸드폰이 아들에게 전화가  안 걸린답니다.뭐를 잘못 누르셨답니다.제가 동네에서는 폰과 씨씨티브이 ,디지털티브 ,위성티브이 노인분들과 비교해 박사급이라 SOS 요청 다 들어옵니다.이건 자랑이지만 저 같은 사람 동네  꼭 있어야 합니다.

집앞으로  아짐 오시겠다고.

오셔서 폰을 보니 비행기모드.

간단히 다시 통화모드로 바꿔 드립니다.이 간단한 설정도 고령인 분들 못 바꾸십니다.

농촌에 꼭 디지털기기와 간단한 전기 점검 아는 분  한동네에 한명은 있어야 합니다. 오늘도 아짐 읍내 핸드폰 대리점에 가실지도 모를 일 안 가시게 조치해 드렸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보람있게 하루 시작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에 사진 두장 올립니다.

우리 예쁜 행복이

작년 가을 수확한 꿀고구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