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삼복 더위에 폭포 물 맞이

마늘밭고랑 2016. 8. 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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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국민안전처에서 내 폰으로 폭염경보의 공지 문자가 왔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국가가 농민의 복중 더위에 일사병으로 농사일 하다 쓰러질까 걱정을 다 해 준다.


70년대까지 마을의 연례행사 중의 하나였다.

다름 아닌 복중 아낙네들의 폭포 물맞이.


우리동네는 논과 밭의 비율이 거의 반반 .


논농사는 아버지들이 책임지고 밭농사는 어머니들 몫이었다.

논매고 쟁기질하고 벼농사 짓는 것은 아버지들의 전담이고

밭의 밭 매는 것은 어머니들 일이다.


그 당시에만 해도 제초제 같은 농약도 없고 어머니 세대는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수건 쓰고 긴긴 밭고랑의 깨밭,콩밭,고구마밭,고추밭,산두밭의 밭고랑에서

호미로 그 많은 풀을 모두 다 매었다.


아버지들은 모두 반대로 논에서 논매기며 농약을 하며 물 한모금 못 마시며 한여름 비지땀을 흘렸다.

농약을 뿌리다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즉시 농약 중독으로 쓰러지니 농약 뿌릴 때는 절대 뭘 먹으면 안된다.


이렇게 한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등에 땀띠가 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다

삼복을 맞으면 아낙네들은 폭포 물맞이를 하러 간다.

이렇게 물맞이를 하는 날을 하루 쉬면서 보내는 즐거움이 고된 농사일 중에 있었다.


방법은 가까운 대흥사의 계곡에 냉수 같은 시원한 물이 떨어지는 작은 폭포 같은 곳이 있어 이곳에서

옷을 입을 채로 물을 맞으며 준비해 간 음식을 먹으며 물놀이를 하는 휴가였다.

물맞이에 남자들은 한명도 없으니 완전 여성해방구였던 셈이다.


지금은 물론 이런 것이 금지되지만 그때만 해도 대흥사 계곡에 사람이 많지 않고

수세식 변소가 없던 시절이라 여인들 몆십명이 계곡에서 물에 몸을 담근다고 물이 오염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대흥사 계곡에 연결된 가정과 업소 모두가 수세식 화장실과 싱크대로 인하여 가정생활 하수가 모두 하천으로 유입되니

대흥사 계곡에 몸을 담그고 씻는 것이 금지된다.


그 당시로 돌아가 물맞이를 하고 싶다 하여도 이제는 집집마다 차가 있으니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직접 가면 되고

집집마다 샤워시설이 있으니 물맞이를 하러 갈 필요도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물맞이를 하러 갈 사람들도 몆 안된다.

그 당시 물맞이를 가시던 어머니들은 이제 최소 7~80대 할머니가 다 되셨다.


오늘 폭염 주의보 문자를 받고 갑자기 생각나 썼다.

70년대 낭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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