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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골계 대장 수탉의 은퇴

마늘밭고랑 2008. 12.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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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은 마당이 넓습니다.
닭을 10마리 정도 키우는데 마당에 내어 놓고 키웁니다.
 
오래 전에 오골계 병아리 몆마리를 얻어다 키웠습니다.
재래종이 아니고 아래 사진의 동남아 수입산 오골계였습니다.

 

 

                                         <빌려온 사진 -오골계 수탉>
 
다른 동물들이 그러하듯이 오골계도 한 마리의 대장 수탉이 모든 암탉을 차지합니다.
후손에게 강한 유전자를 남겨서 종을 보존해야 한다는 자연의 이치이니 당연합니다.
 
똑같이 한 배에서 깐 병아리도 큰 개체가 있고 작은 개체도 있습니다.
동물계에서는 체구가 크면 힘이 세고 대장이 되듯이 오골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당의 오골계  병아리가 큰 닭이 되고 교미를 할 시기가 되자
대장은 가장 큰 개체가 되었습니다.
 
이 큰 대장을 2년 쯤 키우자 사진처럼 머리 꼭대기의 벼슬은 화려하고
마당에서 보무도 당당하였습니다.
 
작은 다른 수탉이 암탉에게 접근하면 그 자리에서 닭 싸움을 시작합니다.
대장의 백전백승입니다.
 
이 정도의 기량을 보인 데는 체구가 컸기 때문입니다.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해외토픽에 손톱 긴사람처럼 긴 발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대장 수탉의 일인천하는 평생을 가지 못했습니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권력이 10년을 못간다는 것이죠.
오골계에게는 권불이년(權不二年)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합니다.  

 

 

                                                    <빌려온 사진 -오골계 암탉>
 

오골계는 재래종 닭처럼 스스로 알을 품어 부화를 합니다.
1년을 키워 집에서 첫 배를 깐 병아리 중에 2년째에는
대장보다 몸집이 더 큰 수탉이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날 대장인 아버지 수탉과 아들 수탉이 힘 겨루기에 들어 갔습니다.
 
결과는 아들 수탉의 승리였습니다.
노련한 싸움기술이고 뭐고 필요 없고 오직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면 전임대장은 어떤 처신을 보였을까요.
 
말없는 조용한 은퇴입니다.
아들에게 패한 그날 부로 넓은 앞 마당을 신임대장에게 내주고
혼자서 쓸쓸히 뒷 마당에서 배회하였습니다.
식음을 전폐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모이를 먹으려면 앞마당에 나와야 하는데 신임대장이 떡 버티고 있으니
뒷 마당을 차지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인간사회로 돌아와서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닭과 인간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인간사회에서는  닭처럼 힘겨루기를 하지 않습니다.
지능 싸음을 통하여 자리를 차지하거나 투표를 통한 선발로 대장이 됩니다.
 
대장으로의 등극은 그렇다 쳐도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오골계의 은퇴처럼
인간사회에도 대장의 유사한 은퇴가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대장을 지목한다면
아마도 미국식 대통령제 헌법하에서는  미국의 대통령일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현직일 때는 워싱턴이라는 앞 마당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이지만
임기가 끝나면 뒷 마당이라고 할 만한 고향에 돌아가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 것을 봅니다.
 
미국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정말 좋아 보입니다.
저는 초라한 사람이지만 귀향을 꿈꾸는 사람이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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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이 이야기는 우리집 앞마당에서 벌어진 우리닭 이야기입니다.

2013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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